돌 먹는 녀석들
김순진
지난 가을 산정호수에 갔습니다.
물이 너무 맑아 얼마나 깊은지 보려고 묵직한 돌을 던졌습니다.
호수는 물손을 하늘로 솟구치며 그 맛없는 돌을 꿀꺽 삼키더니
좋아라 큰 파장으로 웃더군요.
어, 이놈들 봐라!
약이 올라 조약돌을 주워 모재비로 허리를 구부리고 던졌습니다.
돌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통통통 달아나는데
녀석들 저마다 손을 내밀고
그만 기갈 든 녀석 하나 붕어가 튀밥 낚아채듯 꿀꺽 삼키지 뭡니까.
녀석들이 고구마 감자를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수제비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요.
사람마다 화가 나서 던지고 장난삼아 던진 돌들을 군말 없이 받아먹은 녀석들.
아마도 호수엔 돌 먹는 녀석이 여럿 살고 사이도 좋은가 봐요.
절대로 남의 것을 뺐어먹으려 하지 않고
더 달라 조르지도 않네요.
주면 주는 대로 먹고 사는 녀석들이 좋아
사람들은 자꾸만 구경을 가지요.
나 살다 살다 무쇠 먹는 불가사리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돌 먹는 녀석들이 있다는 말은 첨 들어봤네요.
돌만 먹는 줄 알았더니 디저트로 낙엽샐러드도 먹던걸요.
녀석들 세 계절을 그 단단한 돌들을 먹더니
유리창 닫고 겨울잠을 자네요.
그거 소화시키려면 속알이 꽤나 해야 할 걸요.
원래 남의 것 먹으면 속이 좀 아프걸랑요. 히힛.
<김순진시인>
경기도 포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수료 계간 <스토리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문학공원 대표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사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시문학아카데미 회원 은평문인협회 회장 은평예총 회장 포천문인협회 회원 마홀문학회 회원 포천예술인동우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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