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고은영
겨우내 고체로 굳었던 심중에
눈 흘기고 돌아선 추위는
지각변동을 일으켜 이제
눈물로 영혼을 씻어 내립니다
감성 그 덩어리에서 솟아오른
향기 풀어 천지를 진동하므로
오라 하지 않아도 임 그리운 사랑은
싸리꽃 마냥 봉오리 맺고
칼날처럼 모난 구석마다
부드럽게 휘감아 오는 훈풍 타
수줍은 순결의 속살 드리운
희디 흰 소복으로 맞고픈 내 임
풀빛 울음 울어 눕던 자리마다
고운 임 형상 더듬던 꿈자리로
캄캄한 밤길을 돌아 촛불 하나 밝히고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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