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靑巖 2020. 4. 1. 01:03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고은영



겨우내 고체로 굳었던 심중에

눈 흘기고 돌아선 추위는

지각변동을 일으켜 이제

눈물로 영혼을 씻어 내립니다


감성 그 덩어리에서 솟아오른

향기 풀어 천지를 진동하므로

오라 하지 않아도 임 그리운 사랑은

싸리꽃 마냥 봉오리 맺고


칼날처럼 모난 구석마다

부드럽게 휘감아 오는 훈풍 타

수줍은 순결의 속살 드리운

희디 흰 소복으로 맞고픈 내 임


풀빛 울음 울어 눕던 자리마다

고운 임 형상 더듬던 꿈자리로

캄캄한 밤길을 돌아 촛불 하나 밝히고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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