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목련나무/이가영

靑巖 2020. 4. 3. 01:05


목련나무


이가영



겨울 태생 털 복숭아 남자는

두 손을 꼭 가리고 제치기를 한다


봄에 태어난 여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한다


소심한 남자와 소탈한 여자

목련나무 회사 사내 커플


언제 국수 먹여 줄지

뜰 앞 십년째 자줏빛 열애 중이다


제비 날아가고 가끔

잔치국수 내기 민화투를 쳤다


전해오는 말로는

소심한 남자는 겨울에 화촉 밝히자 하고

소탈한 여자는 봄에 화촉 밝히자 헸던

이딴 말 다 오해였다

봄이라고 다 똑같은 봄은 아니다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게 결혼이라며

좀 더 사귀어 보고

국수발처럼 똑 부러지게 말 하는 여자


한번도 열린 적 없는 남자의 입이 열린 듯 말 듯


목련나무회사 목련과 아가씨들

저 둘 결혼 할까 말까

점심 내기 사다리 타기 메뉴는

영원한 사랑 아닐까


떡볶이와 군만두 한 접시에 나오는 단짝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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