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진 시인
시인은 1954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문학시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 운동 계간지 [시와시와]를 발행하고 있으며, 10년째 지역 일간지에 시 칼럼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를 연재 중이다. 첫 시집 『낙법』과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1』을 냈으며, 제12회 귀천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 작가회의, 대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낙타는 뛰지 않는다
출판사: 학이사
2018.01.18
책소개/
급히 서둘러서 될 일이 있고 되지 않는 일이 있다. AM모드에서 FM모드로 바꾸는 일도 내겐 그렇다. 십년 넘도록 이른바 시운동에 ‘매진’하면서 다른 사람의 시를 소개만 해왔지 정작 내 시는 쓰지 못했다. 늦게 시작한 시업이고 시를 따로 공부한 바 없으니, 깜냥을 잘 알기에 헛된 욕심이나 조바심 따위는 없다. 하지만 답안지의 반도 채우기 전에 펜을 내려놓는 것 같은 찝찝한 이 기분은 무언가. 그마저 영 엉터리인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이런 민망함만큼은 면하고 싶다. 이번에 묶는 시집은 그 푸닥거리로 삼고자 한다
느리지만 굳건히 걷는 낙타처럼 쓴 시의 매력
삶의 도정에서 길어올린 낯설고도 익숙한 이야기
곱씹을 때마다 또 다른 맛을 내는 65편의 시 수록
날마다 먹고 먹히는/강한 자가 지배하지도/약한 자가 지배당하지도 않는/초원을 떠나 사막으로 갔다//잡아먹을 것 없으니/잡아먹힐 두려움이 없다/먹이를 쫓을 일도/부리나케 몸을 숨길 일도 없다//함부로 달리지 않고/쓸데없이 헐떡이지 않으며/한 땀 한 땀/제 페이스는 제가 알아서 꿰매며 간다//공연히 몸에 열을 올려/명을 재촉할 이유란 없는 것이다/물려받은 달음박질 기술로/한 번쯤 모래바람을 가를 수도 있지만//그저 참아내고 모른 척한다/모래 위의 삶은 그저 긴 여행일 뿐/움푹 팬 발자국에/빗물이라도 고여 들면 고맙고//가시 돋친 꽃일망정 예쁘게 피어주면/큰 눈 한번 끔뻑함으로 그뿐/낙타는 사막을 달리지 않는다
권순진 시인이 최근 펴낸 시집의 표제시 ‘낙타는 뛰지 않는다’ 전문이다.
권 시인의 시와 그가 펼치고 있는 시운동은 타박타박 걸어가는 낙타의 족적을 닮아있다. 그는 10년 동안 매일 대구일보 칼럼 ‘맛있게 읽는 시’를 통해 시의 맛을 소개해왔다. 바삐 서두르지 않으며 굳건히 제 갈 길 가는 모습이 영락없이 낙타 모습이다.
권 시인은 머리말을 통해 “급히 서둘러서 될 일이 있고 되지 않는 일이 있다. AM모드에서 FM모드로 바꾸는 일도 내겐 그렇다. 10년 넘도록 이른바 시운동에 ‘매진’하면서 다른 사람의 시를 소개만 해왔지 정작 내 시는 쓰지 못했다. 늦게 시작한 시업이고 시를 따로 공부한 바 없으니, 헛된 욕심이나 조바심 따위는 없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이런 민망함만큼은 면하고 싶다”고 전했다.
권 시인은 삶의 도정에서 길어 올린 낯설고도 익숙한 이야기를 시집에 수록된 65편의 시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 이야기들은 푸른 초원에 안겨있는 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같은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의 시는 고상한 맛이 나 한 번 읊조리기 시작하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맛보고 싶은 것이 특징이다. 곱씹을 때마다 또 다른 맛이 나기 때문이다.
권 시인의 시는 다채롭다. 기존의 시 문법을 따른 고분고분한 시들보다 그렇지 않은 시가 더 많다. 형식의 틀에 얽매임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지금껏 정치가 내걸었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헛된 구호가 아닌 몸으로 바로 와 닿는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한국은행과 대한항공 등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시집에는 이러한 경험들도 일부 녹아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권 시인은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문학시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 운동 계간지 ‘시와시와’를 발행하고 있으며 첫 시집 ‘낙법’과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1’을 냈으며,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 작가회의, 대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더 가지고 더 배우고 더 누리는 사람이 좀 더 겸손해지고 덜 가지고 덜 배우고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당당할 수 있어야 사회의 격차가 줄고 세상은 덜 외로워진다. 사람이 사람에게 굴복하지 않고도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출처: 대구일보2018.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