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하다
석당 윤석구
첫눈에 반하는 것은
눈빛이 스파크처럼 부딪쳐
가슴에 와 닿는
황홀한 순간이다
짝사랑이 그랬고
첫사랑이 그랬다
짝사랑은 아파도 좋았다
혼자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그러나
잊지 못할 추억으로는
남지 않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첫눈이 되었을 텐데
그가 누군지 모른다
첫사랑은
이루지 못해 아파도
평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고 한다
첫눈에 반할만큼의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이며
감동 중에서도
가장 지수가 높은
감정이라 생각한다
첫눈에 반해 빠지는 경우는
여러 형태가 있다
어릴적에는 장난감에 반해
먹는 것도 잊는 때가 많았고
사춘기에는 사랑에 빠져 그랬다
평생 세번은
첫눈에 반한 것처럼
빠진다는 말이 있다
그 하나는
장난감에 빠지고
두번째는 사랑에 빠지고
노인이 되어서는
손주들한테 빠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하나 더 보태게 되었다
캘리그라피에 빠진 것이다
어느날
우연히 만난 시심과
캘리그라피의 감성이 만나
번개처럼 가을여행으로
이어졌다
그곳은 설악이었고
오색약수터 오색단풍은
참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잉태한 이야기들이
뜻밖에도 세상 밖으로
자꾸 나오겠다고 보채서
그냥 출산 하자고 했다
시집이다
첫눈에
반하다의
나의 작은
시집이다
큰 아픔없이
태어나게 한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오색 약수터 절벽에
매달린 단풍잎처럼
아슬아슬 하기만 하다
내레이션/고은하
출처:시낭송작가고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