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
이상준
적의를 품었을까
온라인상으로 전역에 살인을 예고하고
세상을 향해 이글거리는 분노는 참지 못하는데
무더운 정오는
소리 없이 순식간에 숨통을 조인다
연일 안전 안내문자의 설득에도
흥미를 잃은 지 오래
갈증은 지하로 향하고
과열된 감정들만 에어컨으로 숨는다
숨을 틀어막는 신고가 빗발치고
평온한 일상이 무너진다
어린잎은 데어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살기 위해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고
죽음도 감수해야 한다
열망이 사라지고
욕망으로 가득 찬 재난의 시대
중무장한 병력이 지친 하루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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