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학번에 관하여

靑巖 2019. 10. 12. 01:56

학번에 관하여

 

오탁번

 

 

갓 제대하고 복학한 어느 학생이

학교 앞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건방지게 떠드는

옆자리 학생에게 말했다

"야, 너 며탁번이야? 위 아래도 업서?"

쓴 소주에 빨갛게 취한 학생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흥 나보고 몇 학번이냐고 물었것다?'

술잔을 단번에 비우고 소리쳤다

"나? 오탁번이다! 어쩔래?"

몇학번이냐고 따진 학생도

잠깐 생각에 잠겼다

'몇학번? 며탁번? 오탁번?'

으하하하

학생들이 배꼽을 잡았다

"내 학번은 오탁번이다, 왜?"

학생들의 뜨거운 손가락이 묻은

이 빠진 술 잔들이

멋도 모르고 어지럽게 돌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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