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번에 관하여
오탁번
갓 제대하고 복학한 어느 학생이
학교 앞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건방지게 떠드는
옆자리 학생에게 말했다
"야, 너 며탁번이야? 위 아래도 업서?"
쓴 소주에 빨갛게 취한 학생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흥 나보고 몇 학번이냐고 물었것다?'
술잔을 단번에 비우고 소리쳤다
"나? 오탁번이다! 어쩔래?"
몇학번이냐고 따진 학생도
잠깐 생각에 잠겼다
'몇학번? 며탁번? 오탁번?'
으하하하
학생들이 배꼽을 잡았다
"내 학번은 오탁번이다, 왜?"
학생들의 뜨거운 손가락이 묻은
이 빠진 술 잔들이
멋도 모르고 어지럽게 돌고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