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주희
1. 하늘을 날던 새들이 연못 속에 누워 있다.
나는 고요한 울림에 눈을 감고
연못 속에 무엇이 번져나가는지 가만히 주시한다.
멍한 눈동자가 바라보는 건
아직도 움직이고 있는 작은 스침
마주한 얼굴 사이로 지나가는
내면의 풍경은
작은 떨림에도 놀라 새들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는 연못
참지 못한 새들은 그새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다.
2. 어둠과 빛 속으로 스며들어 보이지 않는 연못
그리고 깊은 잔해 그 사이로
아직도 헤엄치는 나
그 속에서 다시 탄생한 작은 새들이여
슬픈 침묵을 지키며 날갯짓을 시작하는가
돌무더기에서 건져 올린 생이
상처 입으며 건너던 그곳으로
이제 길 잃지 않고 떠나가리.
아직도 완성을 기다리는 물거품이
작은 도시를 이루는 곳으로.
'시집속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 것에 대하여 (1) | 2020.04.01 |
---|---|
종(鐘)을 (0) | 2020.03.27 |
꽃 (0) | 2020.03.27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0) | 2020.03.27 |
창문 (0) | 2020.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