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유리상자 안의 신화

靑巖 2020. 4. 9. 20:37

유리상자 안의 신화

 

박건호

 

 

나는 어렸을 때

하늘에 사람들이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런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초등학교 시절에 알았다

그래서 비밀을 간직하기 시작했다

뒷편 서낭나무에서 잡아오던 귀신도

여름 밤 우물가에 날아다니던 도깨비 불도

보지 않았던 것으로 했다

세상을 알지 말자

세상은 알면 아는 것 만큼 꿈들이 무너진다

그리하여 나의 어린 시절은 설레임과 함께

신화의 기슭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가

첨단과학 시대인 요즈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사건들이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한다

유리상자 안에서 시치미를 떼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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