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제목을 어떻게 붙일까? (3)
지난달에는 개성없는 글이나 내용이 없는 글이 상투적인 제목을 낳게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예쁘고 꾸밈이 많고 주제가 너무나 잘 드러나는 뻔한 형식적인 제목 또한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데 방해를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제목을 붙이는 것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좋은 제목일까요?
어떤 이는 새로운 것, 일정한 형식을 깨뜨린 파격적인 것, 호기심을 끄는 것을 제목으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세상은 일상적인 것에 이제 쉽게 관심을 주지 않아요. 그렇다보니까 점점 더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을 찾아내어 제목으로 쓰려고 애씁니다. 그런다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접해 본 적도 없는 낯선 제목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낯선 것이지만 그 낯선 것을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 보여주려는 의도처럼요.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들은 흔히 쓰여진 제목은 이미 진부한 것, 참신한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새롭고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되도록 많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제목을 찾으려 애씁니다.
이렇게 작가들이 제목을 쓰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작품의 성패가 독자들의 시선을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오래 잡아둘 수 있는가 하는 데에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봐요.
수많은 작품이 매달 발표되고 있는데 독자들은 그 많은 작품을 일일이 다 읽어볼 수가 없어요. 실제로 서점에 가서 시집이나 작품집을 선택할 때 제목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시집에 담겨있는 작품을 읽어보지 않고도 제목을 보면서 그 책에 담긴 시가 어떤 내용일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되고 그 새롭고 낯선 느낌이 독자들을 잡아끄는 매력으로 작용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너무 추상적이거나 이해 불가능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제목은 바람스럽지 않다고 봐요. 추상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것, 너무 어려운 제목보다는 가급적 쉬운 제목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제목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지요.
시를 쓰고 그 시의 제목을 제대로 붙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여러분은 또 한 번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택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작품을 통해서 독자에게 주고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분명하다면 여러분이 생각한 제목을 소신껏 붙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이름난 평자라도 지은이가 그 작품을 쓴 의도를 백퍼센트 정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답이란 문학작품에서 찾아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여러분이 쓴 시의 중심생각을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한 뒤 제목을 붙인다면 많은 이들이 적합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경우의 제목도 빛이 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출처:경상북도 영양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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