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의 낙타
김원두
큰길 차도에 낙타가 나타났다
사막의 모래를 푹신하게 딛고 서는
낙타의 발굽이 아스팔트를 밟고 섰다
가야 할 곳이라고 정해진 곳도 없이
낙타가 지금 눈앞에 있다
봉긋한 등에 물 머금은 큰 눈망울
연신 씹어대는 입에 흥건하게 고인 침
불안에 찬 호기(好奇)를 씹는 낙타가
아스팔트에서 길을 찾는다
터벅터벅 낯선 풍경을 살던 낙타
순수 의지보다 명렬에 익숙하여
혼자서는 모래언덕조차 넘지 못해
항상 고삐를 갈망하던 그였기에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낙타는
정지선 앞에서조차 얌전히 멈춰 있다
그가 살던 사막의 계절에 없는
깊숙히 빠져드는 서쪽 가을 하늘에서
서둘러 날개짓하여 남쪽 향해 가는
기러기 울음소리에 처연한 마음으로
가만히 올려다 본 하늘에
낙타를 닮은 구름이 멈춰 서 있다
내가 걷는 대로 따라오는 구름이 떠 있다
2020 봄의 손짓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