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그늘
장세춘
나이 육십이 다 되어도
팔십 노모 그늘에 산다
그늘 속에서 오늘은 김치를 먹었다
김장김치 깻잎 절인 거 고추 절인 거
고구마 꾸러미까지
이번에도 삭아 터진 몸으로
바위를 굴리셨다
자식 살림 다 돕고
내 한 몸은 건수 할 수 있다
내 걱정 말고 너나 잘살아라
아버지 산소 곁에서
꼼지락 옴지락
혼자 사시는 어머니
꽃다운 처녀가
찢어지게 가난한 집으로 시집와서
자식을 낳고
이름을 다시 짓듯
가슴에 나무를 심으신 어머니
쇠가죽보다 질긴 뿌리
뼛속에 스미어
양분 다 빨리며
껍질이 쩍쩍 갈라지도록
가슴에 아름드리 키우신 어머니
눈가에 드리운 짙은 그늘
그 깊은 그늘 속에
나는 늘 살았다
몸은 자꾸 작아져도
나무는 커지고
더 짙어지는 그늘
나중에
좀 더 나중에
어느 날엔가
나무가 쓰러지면
그늘이 거두어지면
어떻게 하나
나는 어쩌나
푸른 나무로
그늘이 되시다가
더 큰 그늘로 가시고
나는 또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그렇게 사람은
본연의 그늘을 찾아가는 것이리라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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