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 이상준
붉은꽃 흐드러지게 피길
인내하며 기다린 시간들이
돌아보면..
그때는 가지마다 무성한 잎파리가 꿈을 꾸고
그때는 가지마다 외롭지 않게 품어주는
사랑이 있었는데
이제
붉은꽃 다 떨어지고
사랑마저 메말라 이별한지 오래
상처로 남은 시간들뿐
세월의 덧없음을 아는 건지
붉은꽃 나무들은 쏟아지는 비를 맞고 운다
쉽게 아물지 않은 상처들과
그때 그 감정들이 여전히 남아
마음을 괴롭히고
수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아름다운 기억 보다
아팠던 기억이 더 크게 남는 것은
아직까지 흐르고 있는
살붙이 정 때문인걸
가슴속 생채기를 보듬고
기지마다 싹은
흐드러지게 필 꽃잎을 위해
다시 안간힘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