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집 생각의 집 하정모 많이 참길 잘했어 세상은 해적판 투성이 요지경 속인 게 분명해 모두 잠든 새벽 냄새 나의 자아가 숨쉬는 어둠 속 한때 바퀴들과 동고동락 하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천진난만 만만히 본 세상은 내 모든걸 강탈해 갔지만 불행의 늪은 착란의 연속 어찌 한탄만 하리오 자.. 시사문단 2020.04.24
바다로 간 낙타 바다로 간 낙타 김정임 호주 케이블비치 이십삼 킬로의 길게 연결된 해안 포말이란 흰 검에 수없이 찍혀진 영겁의 세월을 산 갯바위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그리움을 수놓은 모래톱 위에 사막을 점유해 평생을 살아 온 낙타가 줄지어 앉아 커다란 앞니를 좌우 흔들며 쉼 없이 되새김을 .. 시사문단 2020.04.23
산딸기 산딸기 황상정 말없이 다소곳한 가슴 뛰는 설레임을 간직한 순결의 영혼 어느 임의 얼굴이고 어느 임의 사랑인지 연지곤지 물들이고 해맑은 미소 짓는 산소 같은 산딸기야 호호 불면서 떨리는 두 손으로 어루만져 주고 싶고 뜨거운 가슴으로 안아도 주고 싶은 손대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시사문단 2020.04.23
겨울비 겨울비 양재각 차디찬 얼굴을 내밀며 따스한 추억을 품고 거리에 잠들었다 무심한 높은 빌딩들의 묵언수행과 바닥을 스치는 불규칙한 걸음들이 내 몸을 툭툭 건드리며 지날 때 나는 움짓 텅 빈 오장육부의 찌꺼기를 토할 듯 몸을 사린다 바닥을 두드리는 불규칙한 음계의 파장이 내 귀를.. 시사문단 2020.04.18
추억에서 피어나는 향기 추억에서 피어나는 향기 박우영 가로등이 졸고있는 어스름한 불빛아래 하늘대는 나뭇잎을 가만히 바라보며 동심 속의 추억들을 하나둘 새겨보니 마음 가득 즐겁고 엔도르핀이 솟아나네 나뭇가지 사이에서 빼꼼히 내려보며 하늘대며 춤을 추는 어스름한 보름달 희미하개 번져오는 하얀 .. 시사문단 2020.04.18
시는 바람 타고 시는 바람 타고 조이섭 고요함에 반짝이는 별빛바다 가을밤을 즐기라 하네 뀌뚜라미가 친구 하자 귓전을 간질거리며 유혹한다 시 한 편을 읊고 있음에 덩달아 그대도 내 사연 들어줄까 마음 샘터 두레박으로 떠올려다 솔바람에 실어 보냈다 푹 고아 우려내 그대로 실었으니 잘 배달해 달.. 시사문단 2020.04.18
죽음이 슬픈 이유 죽음이 슬픈 이유 박종만 젊어서는 남는게 시간이라며 시간을 물 쓰듯 낭비하며 살았다 다시 태어난다면 하고 후회도 하지만 소용없는 후회처럼 소용없는 가장이었다 영원한 이별은 사공 없는 조각배처럼 세월의 강을 따라 흐르며 나를 보고도 지나친다 죽음이 슬픈 것은 어느날 갑자기.. 시사문단 2020.04.17
우두커니 우두커니 황숙 하루가 모자란 듯 바쁘게 살 때 깨닫지 못하다 중년 되어 사계절 풍경 눈에 들어올 때 즈음 휘 둘러보니 늘 그자리 나 혼자 우 두 커 니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4.17
허수아비 학교 허수아비 학교 유선기 칠십 년 전에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 허수아비처럼 서있다 책상 걸상 칠판 지하장군 천하장군 깨진 유리창 사이로 담쟁이가 들어와 공부한다 선생님이 없는 교실 종소리 들리나 종은 풀밭에 서 있다 소리 없는 종 소리 없는 종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요 노을을 낚는 .. 시사문단 2020.04.17
껍질 껍질 김미희 빈 통 안에 수북이 싸인 껍질 하루 동안 몸속으로 들어간 먹거리들의 옷 껍질이 확인되지 않는 밥과 반찬 국물 등의 음식을 더한다면 매일 몸속으로 들여놓는 엄청난 음식물의 양 먹은 것도 없는데 속상하게 살이 찐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나는 얼른 빈 껍질들을 수거통에 보.. 시사문단 20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