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144

사념思念

사념思念 이정순 무인도에 갇힌 설움 아픔으로 다가오는 핏빛 향내 무기력한 숨결 잡념 들끓다 심연에 떨어지는 못난 돌멩이 하나 물수제비날리던 그리움으로 소음을 소각하려마 어깨 위 얹힌 피곤함 속닥속닥 깨우침 들리는데 입고 싶은 옷들일랑 밀어내고 편한 차림으로 갈아 입을까 연한 가지 꺽어 피리 만들어 어른 아이 즐겨 불던 버들피리 그 소리 어디 숨었나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7.08

봄비 내리는 수동, 구운천에서

봄비 내리는 수동, 구운천에서 하종일 뚜두둑 뚜두둑 남양주 수동 구운천 강변에 봄비가 내린다 빨강 우산 파랑 우산, 노랑우산이 옹기종기 모여들며 무슨 얘기 나누는지 걸음을 다툰다 뚜두둑 뚜두둑 우산들이 빙빙 돌며 시샘하는 강변 아침 산책길이 옛날 옛적, 초등학교 등굣길 처럼 오늘 따라 이리도 정겹구나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7.08

구두

구두 박성률 그대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대와 함께 천하를 누빕니다 비바람 치는 날 그대 맘 젖을까 내 마음 조아리고 함박눈 내릴 때면 시린 가슴 헤아려 두 발 동동 구릅니다 그대가 아니 오시면 어두움 인내하며 홀로 밤 지새우고 내 품 떠나 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지만 가끔은 나의 이마를 첫 햇살처럼 다듬어 주시오니 고마운 마음에 그대가 기다려집니다 나는 그대가 언제 오실지 알고 있습니다 어두움 지나 새날 밝아지면 오실 그대를 오늘도 문밖에서 홀로 기다립니다 그대는 나의 든든한 주인이시니까요..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6.06

시계방

시계방 김인달 가벼운 초침이 부러운 분침의 힘겨움을 본 시침은 그저 차분할 뿐 바쁜 듯 힘든 모습으로 언제나 같은 궤적을 언제부터였을까 누가 먼저 왜? 도는지 무심한 주인 마루에서 졸고 열두 개 섬을 쉼없이 도는 시계 공허한 소리가 아프다 어느 것은 3시에 어떤 것은 아홉 시에서 돈다 이것은 아예 돌지도 않는다 돌고 돌다 하루에 열두 번 요 시계는 덩-덩 종소리를 저 시계는 뻐꾸기 울음을 낸다 이 시계는 아무 말이 없다 똑, 딱! 똑, 딱! 시계방 하루가 저물어 간다.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