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는 이동훈 내 잠 속에 들어와 아득히 깨워놓고 아무런 흔적이 없다, 겨울 시린 밤 마른 나무 끝으로 달려가 숨죽여 매달려 있는 한 점 달빛이었는지 모른다 너는 내 잠 속에 들어와 작은 슬픔 하나 떨구어놓고 아무런 흔적이 없다, 겨울 깊은 밤 마른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달빛을 흔드는 바람이었는지 모른다 너는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7.08
사념思念 사념思念 이정순 무인도에 갇힌 설움 아픔으로 다가오는 핏빛 향내 무기력한 숨결 잡념 들끓다 심연에 떨어지는 못난 돌멩이 하나 물수제비날리던 그리움으로 소음을 소각하려마 어깨 위 얹힌 피곤함 속닥속닥 깨우침 들리는데 입고 싶은 옷들일랑 밀어내고 편한 차림으로 갈아 입을까 연한 가지 꺽어 피리 만들어 어른 아이 즐겨 불던 버들피리 그 소리 어디 숨었나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7.08
그리움 그리움 김유식 엄동설한 꽁꽁 얼어붙은 마음 내마음 녹으면 그대 마음도 녹아내려 오실런지 꽈배기 꼬아지듯 꼬여져 내린 세월이 눈먼 봉사되어 헤집고 지새운 지도 해를 넘겼네 언제 오시려나 그리움에 지친 마음은 허공에 새가 되어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7.08
은행잎 은행잎 이건호 오래된 책갈피 속 노오란 은행잎 하나 못 떠나는 옛사랑 더 노랗게 물들어 있다 살랑살랑 가을바람 불어오면 샛노란 은행잎들 마지막 무도회 살랑살랑 춤춘다 서럽게 진다 노오란 은행잎 하나 못 떠나는 옛사랑 추억속에 아직도 노랗게 물들어 있다.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7.08
봄비 내리는 수동, 구운천에서 봄비 내리는 수동, 구운천에서 하종일 뚜두둑 뚜두둑 남양주 수동 구운천 강변에 봄비가 내린다 빨강 우산 파랑 우산, 노랑우산이 옹기종기 모여들며 무슨 얘기 나누는지 걸음을 다툰다 뚜두둑 뚜두둑 우산들이 빙빙 돌며 시샘하는 강변 아침 산책길이 옛날 옛적, 초등학교 등굣길 처럼 오늘 따라 이리도 정겹구나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7.08
구두 구두 박성률 그대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대와 함께 천하를 누빕니다 비바람 치는 날 그대 맘 젖을까 내 마음 조아리고 함박눈 내릴 때면 시린 가슴 헤아려 두 발 동동 구릅니다 그대가 아니 오시면 어두움 인내하며 홀로 밤 지새우고 내 품 떠나 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지만 가끔은 나의 이마를 첫 햇살처럼 다듬어 주시오니 고마운 마음에 그대가 기다려집니다 나는 그대가 언제 오실지 알고 있습니다 어두움 지나 새날 밝아지면 오실 그대를 오늘도 문밖에서 홀로 기다립니다 그대는 나의 든든한 주인이시니까요..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6.06
촛불은 촛불은 한민 하얀 밀랍으로 우뚝 선 기둥 심지를 몸속 깊이 뿌리 내려 불의 연정에 스스로를 태워 밝히어가는 촛불을 보라 어둠의 일상을 외면하며 태워지는 헌신의 몸부림을 보라 빛으로 묵묵히 스스로를 사르는 저 수행의 침묵을 보라 고요의 빛을 촛불은 태워간다 마치 공양의 제물처럼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6.06
시계방 시계방 김인달 가벼운 초침이 부러운 분침의 힘겨움을 본 시침은 그저 차분할 뿐 바쁜 듯 힘든 모습으로 언제나 같은 궤적을 언제부터였을까 누가 먼저 왜? 도는지 무심한 주인 마루에서 졸고 열두 개 섬을 쉼없이 도는 시계 공허한 소리가 아프다 어느 것은 3시에 어떤 것은 아홉 시에서 돈다 이것은 아예 돌지도 않는다 돌고 돌다 하루에 열두 번 요 시계는 덩-덩 종소리를 저 시계는 뻐꾸기 울음을 낸다 이 시계는 아무 말이 없다 똑, 딱! 똑, 딱! 시계방 하루가 저물어 간다.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6.06
국화 옆에서 국화 옆에서 김인달 햇살이 깨알처럼 쏟아 내려 꽃잎에 둘러싸였네 한 송이 꺾어드니 두 송이 갖고 싶어 아예 드러누웠다 지나던 바람도 들어와 같이 눕는다 하늘엔 흰 구름이 국화에 쓸려가고 들녘바람은 향기를 묻어간다 웃음이 난다 이파리 사이 햇살을 헤아리다 잠이든다. 2020 봄의 손짓 中에서 시사문단 20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