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회상 봄 회상 강 인한 찻물을 끓이며 생각느니 그리움도 한 스무해쯤 까맣게 접었다가 다시 꺼내 보면 향 맑은 솔빛으로 내 안에서 우러날거나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보기엔 천지에 봄빛이 너무 부신 날 이마에 손가리갤 얹고 속마음으로만 가늠했거니 보이는 듯 마는 듯 묏등을 넘어 푸르.. 시집속의 詩 2020.04.07
눈 속에 피는 꽃 눈 속에 피는 꽃 - 雪中梅花에게 '현대시 해설' 정 의 웅 아직 이르다 반짝이는 빛눈 속에 꽃으로 피기까지는삭막한 들판에서 먼 산 바라보라휘젓는 한 가닥 바람이세차게 몰고 가는 그 때 산구렁에 눈 쌓이기는 아직 이르다슬픔은 눈물로 지나고 흘러버린 개울가이끼는 아직 마르지 않았.. 시집속의 詩 2020.04.07
목련나무/이가영 목련나무 이가영 겨울 태생 털 복숭아 남자는 두 손을 꼭 가리고 제치기를 한다 봄에 태어난 여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한다 소심한 남자와 소탈한 여자 목련나무 회사 사내 커플 언제 국수 먹여 줄지 뜰 앞 십년째 자줏빛 열애 중이다 제비 날아가고 가끔 잔치국수 내기 민화투를 .. 시집속의 詩 2020.04.03
목련 목련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 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 시집속의 詩 2020.04.03
목련나무 아래로 가다 목련나무 아래로 가다 최을원 그곳에 목련나무 한 그루 서 있었네 노래의 잔뼈들만 떨어져 쌓이고 우연처럼 바람이 불면 녹슨 목련꽃잎보다 더 빨리 지고 싶었네 노을 속으로 도시가 서둘러 가면 지친 노래가 터덜터덜 고샅길 내려갔었네 그런 날 밤마다, 하숙집 낮은 창을 밤새 두드리.. 시집속의 詩 2020.04.03
목련나무/최기순 목련나무 / 최기순 목련나무는 그 집에 일 년에 한 번 불을 켠다 사람들은 먼지가 쌓여 어둠이 접수해버린 그 집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목련꽃이 피어있는 동안만 신기하게 쳐다본다 목련나무는 보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타고 놀던 목마와 버려지는 낡은 의자 플라스틱 물병과 그릇들 장.. 시집속의 詩 2020.04.03
다시 광야 고은 시인의 시집 `히말라야 시편` 中에서, 다시 광야 고은 너무 많은 것들이 죽고 죽어서 이것이었다 오직 암갈색 광야 기억도 꿈도 한 조각 슬픔도 미련 없었다 그 광야 위 하늘빛 그것은 또 무엇하려고 그저 뚫린 채 소경 같이 푸르렀다 말로 나타낼 수 없는 빛깔 그 하늘빛 누구도 없애.. 시집속의 詩 2020.04.01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고은영 겨우내 고체로 굳었던 심중에 눈 흘기고 돌아선 추위는 지각변동을 일으켜 이제 눈물로 영혼을 씻어 내립니다 감성 그 덩어리에서 솟아오른 향기 풀어 천지를 진동하므로 오라 하지 않아도 임 그리운 사랑은 싸리꽃 마냥 봉오리 맺고 칼날처럼 모난 구석마.. 시집속의 詩 2020.04.01
또 피었다 지는 목련 또 피었다 지는 목련 이나혜 등허리에서 봄꽃이 지고 있다, 몰래 부끄럼 없이 대놓고 옷을 벗는다, 목련이 거무튀튀한 부항 자국처럼 오후 2시쯤 꽃잎은 분명하게 떨어진다, 바닥에 순결도 애욕도 이 봄에는 덧없는 것이지 등허리에서 사방으로 피어나는 죄, 하얗게. 또 검게 가슴과 아랫.. 시집속의 詩 2020.04.01
산다는 것에 대하여 산다는 것에 대하여 박선애 순자의 나이 스물여섯 순자는 부모를 모른다 어렴풋이 아는 건 아편쟁이 아버지와 집 나간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 순자는 부모를 모른다 다섯 살의 순자 춥고 배고픈 시절을 지나 세월만큼 훌쩍 자란 순자 눈독을 들인 고아원 원장 밤마다 불려나간 순자 팔려.. 시집속의 詩 2020.04.01